한만오  Han M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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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글체

별처럼 아름다운 글자, 별글체. 한글의 글자 갯수인 28개의 기원을 동양 전통 별자리 28수로 가설을 세운 모아쓰기가 가능한 별자리 모티프 오너먼트 신앙적 그래픽 딩벳 서체이다

‘별글’이란 「별처럼 아름다운 글, 혹은 글자」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별글체는 한글의 글자 갯수인 28개의 기원을 동양 전통 별자리 28수로 가설을 세운 모아쓰기가 가능한 별자리 모티프 오너먼트 신앙적 그래픽 딩벳 서체이다.

1 «별글체»의 배경 , 28개의 한글과 28개의 별자리

훈민정음에는 세종이 혀나 입술같은 발성기관을 본따 28개의 한글을 디자인했다는 자세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었지만, 왜 하필 28개라는 갯수로 디자인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었다. 세종은 즉위 후 정치 활동 뿐 아니라 여러 실용 학문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는데, 생활 과학, 그 중 천문학에 특히 많은 애착을 가지고 투자를 하였다. 1,467개의 별들의 위계를 거의 완벽하게 정리한 천문학서 <천문유초>와 별의 갯수나 빛의 밝기가 현대의 것과 비교해도 놀랍도록 정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리뉴얼 등이 바로 천문학 투자의 증거이다.

천문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였는데, 바로 28수다. 이 28수는 서양의 황도 12궁에 대응하는 동양 전통 별자리 체계로서, 28개의 한글에 대해 궁금해 하던 중 동일한 28이라는 숫자는 별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리서치 결과, 세종이 훈민정음을 제작하는 3년의 시간동안 총 28번 첨성대를 방문하며 별을 연구한 사실과, 세종 즉위 28년에 훈민정음을 반포했다는 사실로써, ’28’이라는 숫자는 동양 별자리 28수로부터 출발하여 한글 28개를 제작한 것은 아닐까라고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2 «별글체»의 목적 , 과거 천문의 역할로부터 계승

천문은 단순히 천체의 별을 기록하는 것만은 아니다. 천체의 운행과 현상 속에서 규칙을 파악하여 다양한 가치까지도 생성하는 것이다. 정확한 시간이 중요했던 농경 시대에 정교한 때와 기후의 정보를 제공하는 실용적이고 천문학적인 개념부터, 국가와 임금, 백성들의 흥망성쇠를 점치는 신앙적이고 점성술적인 영역까지. ‘천문’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하늘의 글자, 즉 메시지인 것이다.

이렇듯, 별은 천문학적 별과, 점성술적 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천문학적 별에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 된 ‘글’자가 «한글»이라면, 나머지 절반인 점성술적 별에서 모티프를 얻은 디자인 된 ‘그림’ 글자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그것이 바로 «별글체»다. 실용적으로 백성들을 널리 이롭게 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에 대응하여, «별글체»는 신앙적으로 백성들을 널리 이롭게 하는 별의 소리, «훈민성음»이 바로 «별글체»의 제작 배경이다.

3 « 별글체»의 핵심, 3원 28수에 대하여

서양의 별자리 88개가 카테고리의 분류 없이 단순히 나열되어 있다면, 동양의 별자리 3원 28수는 3원이라는 세가지의 체계와 사방칠수라는 네 개의 영역 하에 1,467개의 별이 289개의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3원은 태미원, 자미원, 천시원으로 나뉘고, 사방칠수는 동방, 북방, 서방, 남방칠수로 분류된다. 사방칠수는 ‘칠수’라는 이름처럼 7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독특한 것은, 서양의 별자리 하나가 하나의 이름으로 1:1 대응한다면, 28수는 여러가지 뜻으로 해석되는 특성을 가진 한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별자리 이름도 여러가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의 별자리가 다채로운 신화를 가진 것처럼, 동양의 28수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부하 별자리 개념이다. 28수는 개념적으로 28개의 별자리라기 보다는 28개 소대의 소대장에 가까운 것으로, 28개 별자리 군마다 각각 부하 별자리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북방칠수의 실의 부하 별자리는 107개이고, 남방칠수의 유의 부하 별자리는 3개로, 약 35배 차이가 난다.

위의 표는 28수를 정리한 것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운행 방위, 빛의 밝기, 별의 갯수, 보이는 시간같은 객관적이고 물리학적인 정보이고, 두 번째는 칠정, 상징, 별자리의 크기와 기질같은 그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정보이며, 마지막 세 번째로는 어느 별에 강하고 약한지, 어느 별과 친한가 같은 별끼리의 관계에 대한 신화적인 이야기까지 있다.

이러한 수많은 28수의 정보 중, 어떤 것을 별글체의 구성 원리로 취할지 고민이 컸다. ‘별자리’라는 말 자체를 다시 풀어 살펴보았다. ‘별’과 ‘자리’가 합쳐진 이 말을 그대로 사용하여, 몇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느 ‘자리’에 위치하고 향하는가의 정보들을 제작 구성 원리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4 «별글체»의 구성 원리, 별과 자리

구성원리 ‘별’, ‘자리’ 중, 첫째 ‘별’인 28수의 갯수를 보면 흥미롭다. 최대인 남방 칠수의 ‘익’자리는 22개의 별로 별자리를 이루고 있지만, 동방칠수의 ‘각’자리를 비롯한 ‘허’, ‘실’, ‘벽’자리는 단 2개의 별로만 되어있다. 이 수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기엔 갯수의 편차가 너무 커서 기준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 하나의 별만으로는 별자리를 이루지 못하고 2개는 되어야 별자리가 된다는 점에서, 28수 각각의 별의 갯수에 나누기2 를 한 수치를 쓰기로 한 것이다. 다른 구성원리인 ‘자리’는, 각 별자리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각 자리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별글체에 반영시키기로 하였다.

각 방위, 즉 사방칠수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방위값을 가지고 있는 개념이 더 있는데, 마찬가지로 천문을 바탕으로 탄생된 사상오행이다. 사상오행의 핵심개념인 10간과 12간지역시 방위값이 있다. 이것 역시 우측의 별자리와 같이 한 데 나열되어 있는 방위표를 보면 흥미롭다. 이 방위표를 관통하는 것이 바로 ‘한글’이다. 훈민정음에서 세종은 초성을 12지에 배속시켰고, 중성은 10간에 배속시켰다고 하였다. 또, 천문방각도에서는 혓소리인 ᄐ, ᄃ, ᄂ은 사 오 미에, 어금니 소리인 ㅋ, ㄱ, ㆁ은 인 묘 진의 기운을 발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중성 ᅡ는 갑의 자리에 배속되어 있어 28수 중 심과 미에 발하는 별자리의 기운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오랜 리서치 과정에서 나를 가장 괴롭혔던 건, 28수와 28자가 정확하게 1:1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글이 28수로부터 왔다는 것 자체가 가설이기 때문이다. 다의적인 한자와 28수의 성격을 극복하고 1:1 대응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력한 기준을 세울 필요성이 있었다. 천문방각도에서는 동방칠수에 배치된 12지가 진묘인이고, 이것이 어금니 소리인 ᅌ, ᄀ, ᄏ의 기운을 발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북방은 목구멍소리, 서방은 잇소리, 남방은 혓소리의 기운을 발하고 있다. 사방칠수 방위의 성격을 발음으로 구분한 것다. 마찬가지로 10간에 배치된 중성도 소거법과 강력한 기준의 분류로 배치하면, 최종적으로 28개의 한글과 28개의 별을 연결지을 수 있다.

사방칠수를 발음으로 구분했으니, 국제음성기호 IPA의 발음 기호를 형태적 모티프로 삼을 수 있겠다 싶었다. 동방의 어금니소리(아음), 북방의 목구멍소리(후음), 서방의 잇소리(치음), 남방의 혓소리(설음)의 발음 기호들을 정제하여 위와 같은 4개의 그래픽 모듈을 제작하였다. 여기에 각각의 별의 갯수를 적용하면, 해당되는 갯수만큼의 그래픽 모듈을 사용한 패턴, 즉 딩벳으로 치환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ᄀ’은 12지중 ‘묘’의 기운을 발하는 동방칠수이자 어금니 소리이며, 28수 중 소거법으로 별자리 ‘저’ 에 배당되었으며, 4개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나누기 2를 적용하여 그래픽이 탄생되는 것이다. 물론 사방칠수와 발음 기호의 연결은 중성을 생략한 초성과 12지의 관계만을 적용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28수와 28개 한글은 정확하게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강제 소거법을 적용시킬 수 밖에 없었다.

5 « 별글체»의 특징, 모아쓰기 딩벳 서체

이런식으로 28개의 한글과 별을 연결지어 탄생된 것이 바로 별글체이다. 초성 중성 종성의 별이 모두 제작된 별글체는, 모아쓰기가 가능한 3벌식 모아쓰기 딩벳 폰트이다. 실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딩벳은 서양의 알파벳 타이핑 체계를 바탕으로 한 이미지의 단순 나열로 제작되어져 있다. 하나의 별자리가 하나의 개념을 뜻하는 서양의 별자리 체계는 1:1 대응의 기존 풀어쓰기 개념 알파벳 딩벳 폰트라면, 한자처럼 하나의 별자리가 여러가지 뜻으로 해석 가능한 동양의 별자리 체계는 초 중 종성 조합의 모아쓰기 딩벳 폰트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6 « 별글체»의 활용, 신앙적인 딩벳 서체

«별글체»는 일반적으로 읽고 쓸 수 있는 기능적인 서체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와 글자의 관계성을 생각해 본다면, 제이 데이비드 볼터가 말하듯, 일반 문자에 반하여 폭넓은 의미의 확장이 가능할 수 있다. 상징적 기호화된 언어는 아드리안 프루티거가 그랬듯, 다채로움 속에 과거의 시간을 담아 보존하고, 다가올 미래의 모든 것을 암시하는 예리한 이 시대의 표현이 될 수 있다. 기능적으로 글자를 사용하기 보다는, 강한 염원과 신념을 그림 글자, «별글체» 속에 투영하고자 한다.

한만오   Han M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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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오는 1986년생으로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30대 만학도 학부생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다양한 매체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아름다우며 경제적인 타이포그래피 기반과 논리적인 체계를 정립한 태도를 지향하며, 그러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먹고살기 위해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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