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Taeyeong Jeong

Communication Design

zerothdesign@gmail.com

www.behance.net/zeroth

+82(0)10 2504 7056

청록체 - 오랜 생명력을 지닌 해서체

청록체는 고즈넉한 담담함과 오랜 생명력을 지닌 해서체를 지향한다. 기존 바탕체의 구조에 서간체의 비례를 재해석하여 시어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붓의 부드러움을 담아 편안하면서도 단정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01_오랫동안 사랑받는 서체에 대한 이야기

오랫동안 사랑받는 본문용 서체로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의 대답으로 최정호 선생님의 활자를 원도로 제작한 SM의 신신명조를 떠올릴 것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여러 특징적인 서체가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꾸준하게 존재하는 폰트가 있다.

‘꾸준히 사랑받는 서체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청록체』 프로젝트의 시작 지점에는 이러한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긴 생명력을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서체들은 크게 튀는 캐릭터 성은 없지만 하나의 단단한 줄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02_기획과 원도에 대한 이야기

<한글 정자 쓰기체 글자본>
아래는 정주상 선생님의 쓰기정체 글자본이다. 그 중에서 ‘유’라는 글자를 유심히 살펴보게되면 사람의 자연스러운 쓰기 호흡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주상 선생님의 쓰기정체의 이러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필서체 기반의 해서체를 만들게 되었다. 보통의 명조체는 인서체 기반으로 제작되어 수직으로 뻗는 획들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청록체’에서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쓰기 습관이 반영되어 인간적인 면모에 맞닿아 있다.

<18세기 필사체 한글 궁체>
다음으로는 봉셔라고 불리는 서간체이다. 많은 궁녀들 그리고 명필로 유명한 인현왕후 또한 이러한 글씨의 흐름을 보여준다.

글을 써 내려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수백 년 동안 글을 써내려 왔다. 그 안에서 일정한 규칙성과 호흡과 맥박이 생겨나고, 이러한 쓰기 형태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세로로 써내려 가는 모습 안에서 일정한 규칙이 생긴다는 것이다. 호흡에 따른 공간 배분은 글자 사이사이에 일정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최정순 본문용 바탕체 원도>
마지막으로는 최정순 선생님의 본문용 바탕체 원도이다. 최정순 선생님과 최정호 선생님의 원도는 흔히 ‘공기와도 같은 글자’를 대변한다.

이것은 언어 그대로 글자가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글을 읽어내려갈 때 마치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감각의 상황을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닿자와 닿자가 이루는 공간 사이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배려된 모습을 그려나갔다.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청록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정의를 ‘고즈넉한 담담함과 오랜 생명력을 지닌 해서체’라고 규정짓게 되었다.

해서체를 기반으로 시작하게 된 이유로는 사람의 호흡에 가까운 형태가 고딕보다 명조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고딕계열에서 보이는 재단된 모습보다 명조 계열에서 보이는 쓰기 방식은 사람에게 더 가까운 쓰기 방식이 녹아있다. 그리고 명조체의 뿌리가 되는 해서체를 기반으로 삼아 이를 구체화하게 되었다. 또한 수식어구를 붙인 이유는 한 번에 강한 인상을 심어 유행을 타고 잊히는 서체가 되기 보다 많은 사람에게서 오랫동안 긴 생명력을 품을 수 있는 서체를 디자인하기 위함이었다.

03_서체 이름과 현재까지의 이야기

서체 이름을 짓는 과정은 다소 직관적이었다. 여러 네이밍 기법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나는 가장 먼저 여러 단어를 모아보는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청록파에 대한 설명을 읽게 되었다.

청록파에서 지향하는 가치는 앞서 기획에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와 이어지고 있었다.


“… 생명의 의의를 감촉할 수 있고 통속적인 지각 속에 은폐되었던 사물의 참된 존재에 접하게 되고, 팽창된 시간과 공간은 수축되면서 자유롭게 휘어 잡을 수 있으며 그 딱딱한 언어들은 내가 다룰 수 있는 재료로 화하는 것이다.”
– 박목월 선생님의 「자전적시론(自傳的詩論)- 목마른 역정(歷程)」 중에서


사람에게 맞닿아있고 생명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며, 공기와도 같이 순수하게 존재하는 모습은 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러한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리고 있는 폰트의 이름을 ‘청록체’로 명명하게 되었다.

04_현재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

청록체는 24pt를 기준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소크기는 17pt까지를 권장하며, 단순한 형태의 글귀라면 그 이하도 조판은 가능하지만 청록체의 특징이 잘 드러나기 위해서는 일정 크기 이상을 권장한다. 아울러 청록체는 현재 세로쓰기를 기준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추후에 세로쓰기와 가로쓰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다듬어나갈 예정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모두 실제 오브젝트를 촬영한 사진이다.

2017.04 히읗전시 5회

메탈스티커

리소그래피 엽서

종이 책갈피

원고지 일력

청록체 프로젝트북

청록체 프로젝트북 _페이지

청록집

청록집 _사철제본

청록집 _사철제본 디테일

청록집 _페이지

청록집 _케이스

청록집 _접지 양면 포스터

청록집 _접지 양면 포스터 싸바리 과정


폰트 한 벌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작가를 대변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2,350자를 그리다보면 글자 하나하나에 작가의 생각과 감성과 경험의 모든  것이 표정으로 묻어나게 되고, 그 긴 과정 속에서 시간이라는 층이 겹겹이 쌓이게 된다.



Copyright 2017. Taeyeong Jeong. All rights reserved.

정태영 Taeyoeng Jeong

Communication Design

zerothdesign@gmail.com

www.behance.net/zeroth

+82(0)10 2504 7056

디자인 전공하고 영상을 부전공하면서 벽 전체를 사용하거나 건물 전체를 맵핑하는 큰 규모의 작업을 하다가, 졸업작품으로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서체로 대학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이번 작업은 단순히 서체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록체’가 품고자 하는 방향성을 브랜딩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길고 지난한 작업이 예상 되지만 꾸준한 작업으로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완성도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

Other works